나는 그녀의 편지를 몇 백 번이나 읽었다.

그리고 읽을 때마다 한없이 슬퍼졌다.

그것은 마치 그녀가 내 눈을

말끄러미 바라볼 때의 느낌과도 같은,

어찌할 바 모르는 슬픔이었다.

나는 그런 기분을 어디로 가져갈 수도

어디다 넣어둘 수도 없었다.

그것은 바람처럼 윤곽도 없고 무게도 없었다.

몸에 걸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.

풍경이 내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.

그들이 하는 말은 내 귀에까지 들려오지 않았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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